우주인의 책방

모두 돌아간 새벽 바라보는 이 없어도 그 자리에서 주고도 모자라 빛마저 희미해질 때 오히려 또렷한 선율은 남은 시간 허투루 쓰지 않으려 애달프게 노래한다 슬퍼마라 너의 이야기 들어줄 내가 여기 있으니

봄이 왔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으로 마중 나갔지요 마을 입구 벚나무에게 물으니 들은 적 없다고 합니다 학교 담장 위 개나리도 여전했습니다 낮은 산언저리 진달래도 모르나 봅니다 실망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오니 앞마당 매화나무에 봄이 벌써 와 있더군요.

버리지 못한 낡은 박스 다시 창고에 들여놓았습니다 플라스틱 통 위엔 무거운 돌을 얹고 고춧대는 세워 끈으로 잡아 묶었습니다 닥치지 않은 일에 대한 염려가 시간을 분주하게 만듭니다

손톱 주위 거스러미하루 종일 괴롭힌다 단번에 뜯어내고 싶지만그럴 수도 없다 무슨 미련에참아 보려 할수록더욱 터져 일어나는살갗 한 조각 예리한 가위로싹둑 잘라버리고 나니그 옆에 또 하나 그리움은그렇게 자꾸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