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의 책방

희망이 가느다란 생명줄 부여잡고 구릉 이룰 때 붉은 기운은 힘을 얻는다 희미한 덩어리 수평선에서 해만(解娩)의 얼굴 보이면 찰나의 감사가 나를 안는다 순간, 참을 수 없는 듯 둥글고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오르고 도저히 가둘 수 없는 희망이 온 세상에 쏟아진다 비로소 아침이다

그게 허상이었다 높이 쌓아야만 대접 받을수 있고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관계를 넓혀 갈수 있을거라 여겼다 반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그렇게 높이 쌓을 수록 잠 못 이루는 밤은 많아졌고 사람들과의 관계는 두려워졌으며 그렇게 고립되어갔다 이제 남은 날은 허물며 살아봐야겠다

살다 보면 어쩌다 길을 잃을 때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잠시 쉬어야 합니다 멍하니 서서 어떤 길로 갈지 망설이다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늘을 보아야 합니다 ‘그래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곳에서 보내는 위로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문을 열고 나서면 파란 햇살이 지난밤 근심들을 말끔히 쓸어 줍니다 가로수 주목은 산들바람에 축복을 보내고 길가 이름 모를 들풀도 반가운 웃음 짓습니다 문을 열고나서는 순간 어제와 같은 길 같은 사람, 같은 공간이지만 내 마음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이 새로운 가 봅니다.